테니스 코트 위의 거울

은빛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던 가을 오후, 수진은 포근한 테니스 코트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경기는 끝났고, 어느 누구도 경기장의 긴장을 말해주지 않았다.

수진은 오늘의 경기에서 완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득점은 잘 나왔지만, 자신의 신체와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 선수가 아닌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있었다.

게임을 마친 후, 그녀는 코트 한가운데 서서 라켓을 천천히 돌렸다. 주변 소리와 몸의 감각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때 그녀는 잠시 멈추어 서서 진심으로 테니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곱씹었다. 단순히 승리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순간마다 집중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지나가던 코치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승패보다 중요한 건 너 자신과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느냐야.”

수진은 그 말을 들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자체가 테니스의 진짜 매력임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다시 라켓을 들고, 앞으로도 서툴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이후, 수진은 경기에 임할 때 자연스러운 흐름과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집중했다. 점수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테니스 코트 위의 거울처럼, 그녀는 자신과 마주하는 사람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