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경기장의 소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늦은 오후, 한진은 오래된 농구장에서 혼자 공을 드리블하고 있었다. 주변은 적막했고, 젖은 코트에서 공이 튕기는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한진은 최근 큰 부상을 당해 긴 재활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간 팀과도 멀어졌고, 농구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어가는 듯했다. 오늘은 특별히 어떤 목표 없이 단지 소리를 느끼고 싶어 이곳에 왔다.

공을 던지고 받을 때마다 그는 과거의 승리와 패배, 동료들과의 갈등까지 떠올렸다. 갑자기 한진은 문득 자신이 왜 농구를 사랑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이기는 것만이 중요했던 마음과 달리, 코트 위에서 느껴지는 자유와 집중이 그에게 큰 힘이었음을 깨달았다.

비가 점점 세지면서 그는 잠시 멈춰 서 비를 맞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당장은 경기장에 돌아가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아도 좋다고. 단지 농구와 다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진은 그날 이후로도 여전히 혼자 농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경기의 결과보다, 자신의 소리와 리듬을 찾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끝나지 않은 게임처럼, 그의 여정도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