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낡은 서랍장

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다. 일에서 돌아오면 피곤한 표정으로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셨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나는 그저 아버지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 방에서 오래된 서랍장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서랍을 열었더니, 거기에는 손편지들과 사진들이 숨겨져 있었다. 낡은 편지들은 아버지가 젊었을 때 부인께 쓴 것이었고, 사진은 어린 시절의 우리 가족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바쁜 삶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아내는 글과 추억이 서랍 안에 묻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와 그 편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가끔 서랍장을 열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아직 우리 사이에는 많은 말이 남아 있지만, 그 서랍장은 우리 가족만의 비밀 공간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아버지와 그 이야기를 나눌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 추억을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