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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배낭 하나에 여행자의 온마음을 담아, 민재는 낯선 도시 골목길을 걸었다. 오후 햇살이 창문 틈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와, 그의 마음에도 조용한 빛을 비추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계획 없이 떠난 탓에, 어느 순간부터 지도도 소용없고 스마트폰도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재는 방향 감각을 잃었다. 그러나 당황하기보다는 낯선 느낌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걷는 동안 민재는 돌담에 적힌 벽화와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중 어떤 여인이 그의 시선을 잡았다. 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민재는 그녀를 그냥 지나쳤다. 그 순간의 떨림은 오랫동안 그의 기억에 남았다.
해가 저물 무렵, 민재는 작은 카페 구석에서 여행 일기를 꺼냈다. 그러나 오늘의 경험을 글로 정리하는 대신, 그냥 창밖으로 흘러가는 사람들과 도시 소음을 바라봤다. 글자보다 마음에 남는 감각들을 더 빼곡히 채우고 싶었다.
일기는 다음 날을 위해 잠시 덮였고, 민재는 복잡한 도시의 밤공기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정작 여행의 목적지는 희미해졌지만, 그의 여정은 오히려 더욱 깊고 자유로워졌다.
낯섦과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감은 어느새 잔잔한 설렘으로 바뀌었다. 민재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길 잃음 속에서도 나는 나를 잊지 않을 거야."
이렇게 여행은 어느 한 순간의 만남이나 목적지에 머무르지 않고, 매순간이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민재는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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