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골프장 그리고 홀인원

가을의 끝자락, 단풍이 물든 골프장은 평소와는 달리 고요했다. 정우는 혼자서 조용히 라운드를 돌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최근에 일에 치여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골프를 통해 다시 활력을 찾으려 왔지만, 공은 자꾸 산길로 벗어났다. 몇 번의 실수 후에야 겨우 페어웨이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9번 홀에 도달했을 때, 바람이 갑자기 강해졌다. 다른 골퍼들은 모두 잠시 멈춰 서서 바람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정우는 망설임 끝에 샷을 결정했다. 공은 멀리 날아가 그린으로 향했다.

깜짝 놀라며 바라본 그 순간, 공이 홀컵 바로 옆에 떨어졌다. 모두가 숨을 죽였고, 짧은 침묵 후에 조용한 박수가 흘러나왔다. 처음 경험하는 홀인원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정작 기쁨보다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홀인원은 행운일 뿐, 자신의 꾸준한 노력이나 실력의 증명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골프를 더 즐기기로 결심했다.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처럼.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정우는 클럽하우스로 향하며 그날의 경험을 마음 깊이 담았다. 바람 속에서 느낀 작은 흔들림과 홀인원이 가져온 순간의 기쁨은, 그가 앞으로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

그렇게 늦가을의 골프장은 정우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