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 마라톤의 뜻밖의 축하

저녁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 지혜는 벌써 운동장 한쪽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단축 마라톤 대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조금 달랐다. 시작 전,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코스 일부가 잠기면서 대회가 제대로 치러지기 어려워졌다. 주최 측은 당황했고, 참가자들도 혼란스러웠다.

지혜는 참가자로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곧 무언가 특별한 행사를 제안했다. "우리가 마라톤 코스 대신, 운동장에서 함께 달리며 시간을 보내는 건 어때요?"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간단한 달리기 모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오히려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지혜는 자신의 제안이 단순한 대안이 아닌, 뜻밖의 축하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비가 가져온 작은 불편함 속에서 모두가 함께 존재하는 순간, 축제의 의미가 새로워졌다.

결국 대회는 공식적으로 취소되었지만, 운동장에서는 서로를 격려하며 작은 디지털 기록이 만들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느슨하지만 진실한 연결을 경험했다.

지혜는 돌이켜보며 생각했다. 가끔은 계획이 망가지는 순간이 축하의 진짜 시작일 수도 있다고. 비록 격렬한 경쟁은 없었지만, 그날의 따뜻한 공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